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그런데 혹시 ‘수명이 너무 짧아서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높은 효율과 저렴한 생산 비용이라는 엄청난 장점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단점인 ‘짧은 수명’ 때문에 많은 분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마치 성능 좋은 스포츠카를 샀는데, 비만 오면 고장 나는 상황과 비슷하죠. 하지만 이런 걱정은 이제 곧 과거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최근 눈부신 연구개발(R&D)을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며 상용화의 문을 활짝 열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수명 연장의 핵심
-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수분, 산소, 열에 대한 취약성을 소재 자체의 혁신과 구조 변경으로 극복하고 있습니다.
- 외부 환경으로부터 태양전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새로운 코팅 및 봉지 기술이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 실리콘 태양전지와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 구조는 효율과 수명을 동시에 잡는 최고의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무엇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을 갉아먹는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왜 유독 수명에 취약한지 이해하려면 그 독특한 결정 구조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ABX3라는 특별한 결정 구조를 가진 이 물질은 빛을 전기로 바꾸는 광전 변환 효율이 매우 뛰어나지만, 구조적으로 불안정하여 수분, 산소, 빛, 열에 쉽게 분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곧 태양전지의 성능 저하, 즉 열화로 이어집니다. 특히 광흡수층을 구성하는 유기물과 할로겐화물이 수분과 만나면 쉽게 결정 구조가 무너져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내구성 문제는 대면적화 및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또한, 소재에 포함된 소량의 납(Pb) 성분으로 인한 환경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이를 대체하기 위한 주석(Sn) 기반의 Pb-free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vs 실리콘 태양전지 비교
구분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 실리콘 태양전지 |
---|---|---|
광전 변환 효율 | 매우 높음 (실리콘에 근접 또는 능가) | 높음 (기술 성숙도가 높음) |
제조 비용 | 저렴 (저온, 용액 공정 가능) | 상대적으로 높음 (고온, 고진공 공정 필요) |
유연성/응용 분야 | 높음 (유연, 투명하게 제작 가능하여 BIPV,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 | 낮음 (딱딱하고 무거워 설치 장소 제한적) |
내구성/수명 | 수분, 산소, 열에 취약하여 상대적으로 짧음 | 매우 뛰어남 (20년 이상 안정적 성능) |
수명, 획기적으로 늘리는 4가지 비결
이처럼 까다로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전 세계 연구진들이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마치 갑옷을 입히고, 체질을 개선하고, 강력한 동맹을 맺어주는 것과 같은 4가지 핵심 전략을 소개합니다.
하나, 소재의 체질 개선-안정적인 구조 만들기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자체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의 불안정한 유기물을 보다 안정적인 무기물로 대체하거나 혼합하여 ABX3 결정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유기 단량체 용액을 첨가하면 결정립계(결정 알갱이들의 경계)를 줄이고 박막 내부의 인장응력을 해소하여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할로겐화물의 종류와 비율을 조절하여 에너지 준위를 최적화하고, 전하 재결합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입니다. 이런 소재 혁신은 표면의 결함을 줄이는 패시베이션 처리와 함께 전기적, 광학 특성을 개선하여 이론 효율에 가까운 실제 효율을 구현하고 내구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입니다.
둘, 외부 침입을 막는 철벽 방어-봉지 기술
소재 자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의 위협 요소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바로 ‘봉지 기술(캡슐화)’입니다. 태양전지 셀을 수분과 산소가 침투할 수 없는 특수 박막 필름이나 코팅으로 감싸는 기술이죠. 최근에는 원자층 증착법(ALD)을 이용해 아주 얇은 산화알루미늄(Al₂O₃) 보호막을 입히거나, 습기에 강한 새로운 정공 전달층 물질을 개발하여 수분 취약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봉지 기술은 대면적으로 생산되는 모듈이나 패널의 수명을 보장하는 필수 기술로, 저렴한 용액 공정인 스핀 코팅이나 잉크젯 프린팅, 롤투롤 공정과 결합하여 생산 단가를 낮추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합니다.
셋, 효율과 수명을 동시에-탠덤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또 다른 가능성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의 ‘탠덤’ 구조에 있습니다. 이는 서로 다른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는 두 개의 태양전지를 겹쳐 만드는 방식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단파장 빛을, 실리콘은 장파장 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여 이론 효율 한계인 쇼클리-콰이저 한계를 뛰어넘는 높은 광전 변환 효율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에서 상단에 위치한 페로브스카이트 셀이 하단의 실리콘 셀을 보호하고, 동시에 실리콘 셀이 페로브스카이트 셀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두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안정성과 내구성까지 확보하는 매우 유망한 전략입니다.
넷, 결함 제어 및 계면 안정화
태양전지의 성능 저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결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표면이나 내부의 결함은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고 전하 재결합을 유발하여 효율과 수명을 동시에 떨어뜨립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함이 있는 부분에 특정 물질을 처리해 비활성화시키는 ‘표면 처리’ 또는 ‘패시베이션’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빛을 흡수하는 광흡수층과 전자를 전달하는 전자 전달층, 정공을 전달하는 정공 전달층 사이의 계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각 층의 에너지 준위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안정적인 계면을 형성함으로써 전하 이동을 원활하게 하고 열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상용화를 향한 기대감과 관련 기업
이러한 기술 발전 덕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는 이제 시간문제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석상일 교수, 박남규 교수와 같은 국내 연구진들이 NREL 최고 효율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으며, 국책 과제와 정책 지원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건물 외벽이나 창문에 설치하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차량 선루프, 심지어 웨어러블 기기나 사물 인터넷(IoT) 기기의 전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어 미래 기술 시장에서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이에 따라 유니테스트, 한화솔루션, 신성이엔지, 필옵틱스, 주성엔지니어링 등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탄소중립, 그린수소와 같은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